문화예술지원사업

뒤로가기
제목

예술로 치유와 회복 기원하는 자리,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작성자 FACO예술인복지몰(ip:)

작성일 2021-04-07 10:56:04

조회 54

평점 0점  

추천 추천하기

내용


예술로 치유와 회복 기원하는 자리,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인류 토속 문화, 샤머니즘 성찰
팬데믹 시대 예술의 본질 다뤄
광주지역 작가 12인 작품 주목
옛 국군광주병원 마지막 전시 


'우리 이제 꽃길만 걷자.'
밝은 미래에 대한 염원을 담은 이 말이 이렇게 무거운 줄 몰랐다. 몸으로 체험해보니 꽃길을 걷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좁은 길 양쪽으로 하얀 데이지 꽃이 만발했는데 앞을 향해 내딛는 걸음이 아슬아슬하다. 

거친 발걸음이 자칫하면 꽃을 다칠까 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발밑에 깔린 꽃들 하나하나가 귀한 생명이다.

이 꽃길은 옛 광주국군병원 복도에서 만난 문선희(42) 작가의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_목소리'란 제목의 설치작품이다. 

과거 중환자실이 있었다는 건물 바닥엔 "뿌리부터 꽃까지 치료용 약재로 쓰인다"는 데이지 꽃이 융단처럼 깔렸고, 그 길의 끝에 5·18 당시 상황 기록을 낭독하는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퍼지고 있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1일 개막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코로나19 상황에 두 차례 연기 끝에 어렵사리 시작했지만, 여느 해보다 훨씬 밀도 높은 작품으로 전시장을 채웠다. 

광주박물관, 광주극장 등 도시 곳곳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지만, 무엇보다 반드시 들러야 할 두 곳은 역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더불어 옛 국군광주병원이다. 특히 역사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아 있는 옛 국군광주병원에서 열리는 전시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폐허와 같은 이 병원은 이번 전시를 끝으로 국가 폭력의 피해자를 위한 ‘국립 트라우마 치유센터’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옛 국군광주병원, 마지막 위로 

옛 국군광주병원에선 광주비엔날레 커미션(GB커미션) 일부 전시와 광주 12인의 지역작가 협업전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이 진행 중이다. 

옛 국군광주병원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령부에 연행돼 고문과 폭행으로 다친 시민들이 치료를 받았던 곳. 2007년 병원이 함평으로 이전한 이후 병원과 교회 건물은 도심 속에 폐허처럼 남아 있었다.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는 병원 본관 성당이 있던 자리에 설치작품 '신의 언어'를 선보였다. 

검은 실과 성경의 낱장을 거미줄처럼 엮어 동굴처럼 만든 이 작품은 인간의 종교와 신념, 기억의 의미를 묻는다. 

이불 작가가 2019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대형 구조물 '오바드V'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2018년 철거된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의 철조망 등을 사용해 만든 작품이다. 

베니스에선 본래 1개의 구조물로 선보인 것을 광주에선 천장 높이 때문에 2개로 나뉘어 설치됐다. 

낡은 철 구조물에서 깜빡이는 다양한 불빛은 모스 부호와 『국제신호서』에 기술된 방법을 차용한 신호다.

임민욱의 설치작품 '채의진과 천 개의 지팡이'도 눈길을 끈다. 

한국전쟁 발발 직전 민간인 학살 생존자였던 고(故) 채의진 작가가 나무를 깎아 만든 숱한 지팡이가 그가 겪은 통한을 대신 말해준다. 

임민욱은 채의진 작가의 작업실 천장에서 발견된 지팡이를 마치 치유하듯 빛이 들어오는 실내 푸른 침상 위에 펼쳐놓았다.

이현숙·강운·이인성·정선휘·정정주 등 광주에서 태어났거나 광주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선보인 설치·회화 작품도 돋보인다. 

미켈란젤로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조각상 이미지를 120개의 조각으로 나눠 재배치한 최기창의 '피에타'는 폐허 같은 공간에서 남다른 울림을 전한다. 


예술, 제의와 연대의 수단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의 전시는 인류와 함께해온 예술의 기원과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주제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전통 무속신앙인 샤머니즘과 토속문화, 생태주의 등을 여느 해보다 유난히 강조하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더욱 절실해진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비엔날레엔 관람객들이 기억하게 될 작가들이 유독 많은데 그중 하나가 김상돈이다. 

김상돈은 우리가 먹고 쓰고 살기 위해 생필품을 담는 카트를 고인을 운반하는 상여로 화려하게 변신시켰다. 

우리에게 친근한 일상의 재료를 통해 전통과 현대, 삶과 죽음, 애도와 소비를 극명하게 대비시킨 작품이다. 

김상돈은 독일 베를린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2004년 귀국했으며 한국의 토속문화와 집단적 카타르시스 등을 주제로 한 작업으로 주목받아왔다.

오우티 피에스키의 설치작품 ‘함께 떠오르기’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피에스키는 북유럽 소수민족 사미족 출신의 작가로, 사미족 전통의상에 달린 술(태슬)을 엮어 만들었다.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환하게 빛나는 작품이 사미족 여성들의 연대를 상징한다. 

이 밖에 인도 뉴델리에서 작업하는 작가 아르피타 싱, 칠레 출신 미국 작가 세실리아 비쿠냐, 영국 출신 제라드 존, 한국의 이갑철과 조현택 사진작가, 문경원·전준호, 러시아계 미국 작가 릴리안 린 등이 눈에 띄는 작품을 내놓았다. 


큐레이팅의 힘 보여줬다 

확실히 이번 주제전엔 샤머니즘 색채가 두드러진다. 

샤머니즘박물관과 가회민화박물관의 유물도 다수 출품됐다. 데프네 아야스와 나타샤 진발라 공동 예술감독은 "불안한 시대의 한가운데서 전시틀 통해 삶의 본질, 지성적 연대, 생태주의, 여성성의 힘 등을 다룬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인류가 위기의 역사를 겪으며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고,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왔는지 그 에너지의 근원을 탐구해 보고 싶었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분명한 주제의식 아래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각각 돋보이게 소개한 이번 비엔날레는 성공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12명의 큐레이터가 참여해 집중도가 크게 떨어졌던 2018년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성과다.

이번 비엔날레의 긍정적 반응엔 디오고 파사리뇨 스튜디오가 광주 지역 건축가 최승호씨가 협업해 연출한 공간 디자인도 큰 역할을 했다. 

69작가(명/팀)의 450여 작품이 고루 제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게 하는 데 공간과 작품 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보여줬다.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그동안 많은 비엔날레가 탈식민주의적 시각에서 다뤄왔지만 이번 비엔날레야말로 그 정체성이 매우 뚜렷한 게 특징"이라며 "일부 과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두 예술감독이 독자적인 시각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전시였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9일까지.

첨부파일 광주1.jpg , 광주2.jpg , 광주4.jpg

비밀번호
수정

비밀번호 입력후 수정 혹은 삭제해주세요.

댓글 수정

이름

비밀번호

내용

/ byte

수정 취소
비밀번호
확인 취소